경찰이나 검찰에서 "불송치", "불기소", "기소유예"라는 결정을 받으면 사건이 끝났다고 안도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같은 종결이라도 어떤 이유로 끝났는지에 따라 기록에 남는 내용과 이후의 위험이 다릅니다.

특히 기소유예는 무혐의가 아니라 혐의가 인정된 처분이라는 점을 알아야 합니다.


1. 불송치: 경찰 단계의 종결

불송치는 경찰이 사건을 검찰로 넘기지 않고 끝내는 결정입니다(형사소송법 제245조의5 제2호). 경찰수사규칙 제108조는 불송치 사유를 다음과 같이 나눕니다.

  • 혐의없음(범죄인정안됨): 애초에 범죄가 되지 않는 경우

  • 혐의없음(증거불충분): 범죄를 입증할 증거가 부족한 경우

  • 죄가안됨: 정당방위처럼 범죄 성립을 막는 사유가 있는 경우

  • 공소권없음: 공소시효가 지났거나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 등 처벌할 수 없는 경우

  • 각하: 고소·고발 자체가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경우

억울하게 고소된 입장에서는 '증거불충분'보다 '범죄인정안됨'으로 끝나는 것이 훨씬 유리합니다. 증거불충분은 새로운 증거가 나오면 다시 문제될 여지가 있기 때문입니다.


2. 불송치는 '임시 종결'일 수 있습니다

고소인이나 피해자 등은 불송치 결정에 이의신청을 할 수 있습니다. 이의신청이 있으면 경찰은 지체 없이 사건을 검찰에 송치해야 합니다(형사소송법 제245조의7). 검사가 기록을 검토한 뒤 경찰에 재수사를 요청할 수도 있습니다.

즉, 불송치 결정을 받았다고 해서 곧바로 사건이 끝난 것은 아닙니다.


3. 불기소: 검찰 단계의 종결

불기소는 검사가 사건을 재판에 넘기지 않기로 하는 결정입니다. 불기소에는 혐의없음, 죄가안됨, 공소권없음, 각하, 그리고 기소유예가 있습니다.

혐의없음은 실질적인 무혐의에 가깝습니다. 반면 기소유예는 성격이 전혀 다릅니다.


4. 기소유예는 무죄가 아닙니다

기소유예는 범죄 혐의는 인정되지만, 범인의 나이, 성품과 행실, 피해자와의 관계, 범행 동기와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을 참작해 재판에 넘기지 않는 처분입니다(형사소송법 제247조, 형법 제51조).

헌법재판소도 기소유예를 범죄 혐의가 있음을 전제로 공소를 제기하지 않는 처분으로 봅니다. 즉, "죄는 있지만 이번에는 봐준다"는 뜻입니다.

교육 이수, 상담, 선도 등을 조건으로 붙이는 조건부 기소유예도 있습니다. 조건을 지키지 않으면 다시 기소될 수 있으므로 조건을 끝까지 이행해야 합니다.


5. 기소유예, 전과기록에 남나요?

  • 전과(범죄경력자료): 형을 선고받은 기록입니다. 기소유예는 재판도, 형 선고도 없었으므로 전과에는 해당하지 않습니다. 취업할 때 흔히 내는 범죄경력회보서에도 나타나지 않습니다.

  • 수사경력자료: 수사를 받은 사실과 처분 결과가 기록됩니다. 기소유예도 여기에 남고, 형의 실효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정해진 기간 동안 보존된 뒤 삭제됩니다.

전과가 아니라고 해서 아무 영향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같거나 비슷한 사건으로 다시 수사를 받으면 앞선 기소유예가 불리하게 고려되어, 이번에는 재판에 넘겨질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또 혐의가 인정된 처분이므로 피해자가 민사소송을 낼 때 불리한 자료로 쓰일 수 있습니다.


6. 억울한 기소유예라면: 헌법소원

기소유예는 혐의를 인정하는 처분이어서, 죄가 없다고 생각하는 피의자에게는 그 자체로 불이익입니다. 이때는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청구해 기소유예 처분의 취소를 구할 수 있습니다.

  • 청구 기한: 처분이 있음을 안 날부터 90일, 처분이 있은 날부터 1년 이내 (헌법재판소법 제69조 제1항)

  • 변호사 선임: 헌법소원은 변호사를 대리인으로 선임해야 청구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헌법재판소는 수사가 충분하지 않았거나 증거 판단이 잘못되었다는 이유로 기소유예 처분을 취소하는 결정을 꾸준히 내리고 있습니다.


7. 고소인 쪽 불복: 항고와 재정신청

반대로 고소인은 검사의 불기소 처분에 다음 순서로 불복할 수 있습니다.

  • 항고: 불기소 처분 통지를 받은 날부터 30일 이내에 상급 검찰청에 제기합니다(검찰청법 제10조).

  • 재정신청: 항고가 기각되면 그 통지를 받은 날부터 10일 이내에 고등법원에 재정신청을 할 수 있습니다(형사소송법 제260조).

법원이 재정신청을 받아들이면 공소제기를 결정하고, 검사는 공소를 제기해야 합니다. 반대로 재정신청 기각 결정이 확정되면, 다른 중요한 증거가 새로 발견된 경우가 아닌 한 다시 기소할 수 없습니다(형사소송법 제262조). 이때 비로소 사건이 확실하게 끝났다고 볼 수 있습니다.


8. 형사 종결이 민사 책임 종결은 아닙니다

불기소, 특히 증거불충분으로 끝난 사건이라도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은 따로 판단합니다. 형사재판과 민사재판은 증명의 정도가 달라서, 형사에서는 처벌되지 않았지만 민사에서는 배상 책임이 인정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9. 처분서를 받으면 꼭 확인해야 할 것

  • 처분 이름만 보지 말고 사유 문구(범죄인정안됨, 증거불충분, 기소유예 등)를 확인할 것

  • 상대방이 이의신청이나 항고를 할 수 있는지 확인할 것

  • 기록이 어떤 방식으로 남는지 확인할 것

  • 민사소송 가능성을 함께 검토할 것

  • 기소유예가 억울하다면 헌법소원 기한을 놓치지 말 것

불송치·불기소는 "끝난 사건"이 아니라 "어디까지 정리된 사건인가"의 문제입니다. 처분서의 문구 하나가 몇 년 뒤 전혀 다른 결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10. 자주 묻는 질문

Q1. 기소유예를 받으면 회사에 알려지나요?

기소유예는 전과가 아니어서 취업할 때 내는 범죄경력회보서에 나타나지 않습니다. 다만 수사경력자료에는 일정 기간 남고, 공무원처럼 법에 따라 신원을 조사하는 직업에서는 확인될 수 있습니다.

Q2. 기소유예와 선고유예는 무엇이 다른가요?

기소유예는 재판에 넘기기 전 검사가 내리는 처분이고, 선고유예는 재판을 거친 뒤 법원이 형의 선고를 미루는 판결입니다. 선고유예와 집행유예의 차이는 선고유예·집행유예 칼럼에서 자세히 설명했습니다.

Q3. 불송치 결정을 받았는데 다시 수사를 받을 수 있나요?

고소인이 이의신청을 하면 사건이 검찰로 넘어가 다시 검토됩니다. 증거불충분으로 끝났다면 새로운 증거가 나왔을 때 다시 문제될 수도 있습니다.

Q4. 억울한 기소유예도 취소될 수 있나요?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청구해 취소를 구할 수 있습니다. 처분이 있음을 안 날부터 90일, 처분이 있은 날부터 1년 안에 변호사를 통해 청구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