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나 가족 사이의 다툼 이후 법원에서 갑자기 ‘피해자보호명령 사건의 심리기일 통지서’를 받는 경우가 있습니다.
“형사사건도 아닌데 왜 법원에서 접근금지명령을 내리는 것인지”, “상대방의 주장만으로 명령이 내려지는지”, “집에서 나가야 하는지”, “명령이 내려진 뒤 연락하면 어떻게 되는지” 등을 궁금해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피해자보호명령은 가정폭력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 법원이 가정폭력행위자에게 접근금지, 퇴거 등의 조치를 명하는 제도입니다. 다만 신청이 있었다고 해서 반드시 명령이 내려지는 것은 아닙니다.
피해자보호명령이란?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르면 법원은 피해자의 보호를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피해자, 법정대리인 또는 검사의 청구에 따라 피해자보호명령을 할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피해자보호명령은 다음과 같습니다.
- 피해자의 주거 등에서 퇴거·격리
- 피해자나 가정구성원 또는 그 주거·직장 등으로부터 100m 이내 접근금지
- 전화·문자 등 전기통신을 이용한 접근금지
- 일정한 경우 친권행사 제한
- 일정한 경우 면접교섭권 행사 제한
여러 조치를 동시에 명할 수도 있습니다.
즉 피해자보호명령은 단순히 “연락하지 말라”는 권고가 아니라 법원이 발령하는 강제력 있는 명령입니다.
어떤 경우 피해자보호명령이 내려질까요?
피해자보호명령이 내려지려면 우선 그 전제가 되는 가정폭력범죄가 구체적으로 인정될 수 있어야 합니다.
가정폭력범죄에는 폭행이나 상해만 포함되는 것이 아닙니다. 협박, 감금, 재물손괴 등 법에서 정한 여러 범죄가 포함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부부싸움 과정에서 상대방의 물건을 부수거나 옷을 흉기로 훼손한 경우에도 재물손괴 또는 특수손괴가 문제될 수 있으므로, “사람을 직접 때리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가정폭력 사건이 아니라고 단정할 수 없습니다.
반대로 단순히 부부관계가 좋지 않다거나 “평소 폭언과 폭력이 있었다”는 추상적인 주장만으로 곧바로 피해자보호명령을 발령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가정폭력 행위가 구체적으로 특정되어야 합니다
대법원은 2024년 중요한 결정을 통해 피해자보호명령의 발령 요건을 분명히 했습니다.
피해자보호명령의 전제가 되는 가정폭력행위가 특정되지 않았거나, 실제 그러한 행위를 했다는 사실이 인정되지 않거나, 해당 행위가 법에서 정한 가정폭력범죄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피해자보호명령을 발령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피해자보호명령을 청구받은 사람이라면 먼저 청구서를 확인해야 합니다.
예컨대 “평소 계속 폭력을 행사했다.”
“지속적으로 협박했다.”
라는 내용만 있을 뿐 언제, 어디에서, 어떤 행위를 했는지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면 행위의 특정 여부가 쟁점이 될 수 있습니다.
반면 특정 날짜와 장소, 구체적인 행동까지 기재되어 있고 그 사실을 인정한다면 무조건 모든 사실을 부인하기보다는 행위의 정도와 경위, 이후 상황을 정확히 설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가정폭력 사실이 있으면 무조건 보호명령이 내려질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법률은 판사가 “피해자의 보호를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때” 피해자보호명령을 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가정폭력범죄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는 행위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현재까지 피해자를 보호할 필요성이 어느 정도인지 역시 중요한 심리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은 사정이 있다면 법원에 구체적으로 설명할 필요가 있습니다.
- 사건 이후 상당한 기간 동안 추가적인 충돌이 없었던 경우
- 현재 이미 별거하여 생활공간이 완전히 분리된 경우
- 반복적인 가정폭력 전력이 없는 경우
- 사건 이후 상담이나 교육 등 재발 방지 노력을 하고 있는 경우
- 당사자 간 연락이 불가피한 사정이 있더라도 이를 최소화할 방안이 마련되어 있는 경우
다만 이러한 사정이 있다고 해서 반드시 피해자보호명령이 기각되는 것은 아닙니다. 구체적인 사건의 내용과 위험성, 피해자의 상황을 함께 고려하여 법원이 판단합니다.
기각이 어렵다면 명령의 범위도 살펴봐야 합니다
피해자보호명령 사건에서는 단순히 “명령을 내려달라”와 “기각해달라” 사이에서만 다투는 것이 아닙니다.
명령 자체가 불가피할 가능성이 있다면 어떤 종류의 명령이 필요한지, 어느 범위까지 제한할 것인지도 중요한 문제입니다.
예를 들어 이미 별거하고 있다면 주거에서 강제로 퇴거시키는 조치까지 필요한지, 접근금지만으로 충분한지를 검토할 수 있습니다.
전화·문자 등 전기통신을 이용한 접근금지가 문제되는 경우에도 자녀 양육이나 이혼 절차 때문에 최소한의 연락이 필요한 사정이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밝힐 필요가 있습니다.
피해자보호명령의 기간은 현재 법률상 1년을 초과할 수 없고, 필요한 경우 2개월 단위로 연장할 수 있으며, 연장과 변경을 포함한 전체 처분기간은 3년을 넘을 수 없습니다.
따라서 사건의 성격과 재발 가능성에 비추어 지나치게 장기간 또는 광범위한 제한이 필요한지 역시 검토할 수 있습니다.
행위자에게도 방어권은 보장되어야 합니다
피해자를 신속하게 보호하는 절차라고 해서 행위자의 절차적 권리가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대법원은 피해자보호명령 사건에서 행위자에게 사건의 요지를 미리 알리지 않거나, 청구서 부본을 송달하지 않고, 보조인을 선임할 수 있다는 사실도 제대로 고지하지 않은 채 심리를 진행한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재판에 영향을 미친 절차상 위법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심리기일을 앞두고 있다면 적어도 다음 사항은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청구서에 어떤 행위가 적혀 있는지, 상대방이 어떤 종류의 보호명령을 요구하고 있는지, 이에 반박할 자료가 있는지, 의견서나 자료를 제출할 충분한 기회를 부여받았는지 등을 살펴봐야 합니다.
임시보호명령과 피해자보호명령은 무엇이 다를까?
피해자보호명령 사건이 진행되는 동안 즉각적인 보호가 필요한 경우에는 법원이 임시보호명령을 내릴 수도 있습니다.
법률상 임시보호명령은 원칙적으로 피해자보호명령에 대한 결정이 내려질 때까지 효력을 가집니다.
따라서 아직 본안에 해당하는 피해자보호명령이 최종적으로 결정되지 않았다고 해서 임시보호명령을 가볍게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피해자가 먼저 연락해도 만나면 안 될까요?
이 부분은 특히 더 주의해야 할 부분입니다.
접근금지나 연락금지 명령이 이미 내려져 있다면 상대방이 먼저 연락했다는 이유만으로 명령이 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피해자가 먼저 전화를 하거나 만나자고 했더라도 법원의 명령이 그대로 유효한 상태라면 이에 응해 직접 방문하거나 금지된 방식으로 연락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따라서 피해자보호명령이나 임시보호명령을 받은 상태라면 상대방과 합의되었다는 이유만으로 임의로 명령을 무시해서는 안 됩니다.
필요하다면 법원에 명령의 취소나 변경을 신청하는 방법을 검토해야 합니다.
피해자보호명령을 위반하면 어떻게 될까요?
피해자보호명령은 반드시 지켜야 합니다.
대법원은 피해자보호명령이나 임시보호명령이 유효하게 발령된 상태에서 이를 위반한 경우, 이후 해당 명령이 절차적인 이유로 취소되었다고 하더라도 이미 이루어진 위반행위에 대해 처벌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명령 내용이 부당하다고 생각하더라도 일단 발령된 명령을 스스로 무시해서는 안 됩니다.
불복절차와 명령 준수는 별개의 문제로 생각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피해자보호명령 사건을 받았다면 무엇부터 해야 할까요?
피해자보호명령 사건에서는 감정적인 대응보다 청구 내용과 실제 사실관계를 정확하게 대조하는 작업이 우선입니다.
특히 다음 사항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상대방이 주장하는 행위의 일시·장소·내용
- 폭행, 협박, 재물손괴 등 어떤 행위가 문제되는지
- 신체접촉이나 상해가 있었는지
- 흉기 등 위험한 물건이 사용되었는지
- 현재 동거 중인지 별거 중인지
- 사건 이후 추가적인 충돌이 있었는지
- 자녀가 있다면 사건 당시 현장에 있었는지
- 현재 임시보호명령이 이미 발령되어 있는지
- 경찰 신고나 형사사건, 이혼소송이 함께 진행되고 있는지
피해자보호명령 사건과 형사사건이 동시에 진행되는 경우도 많으므로 법원에서 어떤 내용을 진술할 것인지 역시 신중하게 정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피해자보호명령, 무조건 부인하는 것이 답은 아닙니다
가정폭력 피해자보호명령 사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건을 세 단계로 나누어 검토하는 것입니다.
먼저 실제로 법에서 정한 가정폭력행위가 있었는지, 다음으로 현재 피해자 보호를 위해 명령이 필요한지, 마지막으로 필요하더라도 명령의 종류·범위·기간이 적절한지를 차례로 살펴봐야 합니다.
실제 행위가 있었음에도 무조건 사실을 부인한다면 오히려 진술의 신빙성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청구서에 구체적인 사실이 특정되지 않았거나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면 이를 명확히 지적해야 합니다.
피해자보호명령이 내려질 가능성이 높은 사건이라면 무조건적인 기각 주장만 고집하기보다 퇴거·접근금지·연락금지의 범위와 기간을 사건에 맞게 조정하는 방향까지 함께 검토하는 것이 실질적인 대응이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