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글로 명예훼손 고소를 당했다면
온라인 커뮤니티, 블로그, SNS, 단체 카카오톡방 등에 올린 글이나 댓글 때문에 경찰에서 연락을 받는 경우가 있습니다. 수사기관에서는 보통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가 접수되었다”고 안내합니다.
이때 피고소인 입장에서는 억울함이 먼저 들 수 있습니다.
“사실을 말했을 뿐인데 왜 명예훼손인가요?”
“이름을 직접 쓴 것도 아닌데 문제가 되나요?”
“단체방에만 말했는데 공연성이 있나요?”
“비방하려는 목적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은 단순히 사실인지 아닌지만으로 판단되지 않습니다. 어떤 공간에, 누구를 알아볼 수 있게, 어떤 표현으로, 어떤 목적으로 썼는지가 함께 검토됩니다.
정보통신망법 제70조는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해 공공연하게 사실 또는 거짓의 사실을 드러내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경우를 처벌합니다. 사실 적시의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 거짓 사실 적시의 경우 7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또한 이 죄는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히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입니다.
따라서 고소를 당했다면 먼저 내 글이 실제로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요건을 충족하는지부터 차분히 확인해야 합니다.
정보통신망법 명예훼손의 성립요건
정보통신망법 명예훼손은 보통 다음 요소들이 함께 문제됩니다.
인터넷, SNS, 메신저, 온라인 게시판 등을 이용했는가
단순 의견이 아니라 구체적 사실관계를 말했는가
글을 본 사람이 누구에 관한 말인지 알 수 있는가
그 표현이 상대방의 명예를 떨어뜨릴 만한 내용인가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거나 전파될 개연성이 있는가
특히 허위사실 사건에서 거짓임을 알고 있었는가
공익적 문제 제기인지, 상대방을 깎아내리려는 목적이었는가
여기서 중요한 점은, 모든 요건이 충족되어야 처벌 가능성이 생긴다는 것입니다. 단순히 상대방이 기분 나빠했다거나, 글이 불리한 내용이라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정보통신망법 명예훼손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대법원도 정보통신망법 제70조 제1항이 성립하려면, 드러낸 사실이 다른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떨어뜨릴 만한 것임을 인식해야 할 뿐 아니라 별도로 비방할 목적이 있어야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사회적 평가를 떨어뜨리는 내용이라고 해서 비방 목적이 당연히 인정되는 것은 아니며, 구성요건에 대한 증명책임은 검사에게 있습니다.
“사실을 말했을 뿐”이어도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정보통신망법 명예훼손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항변은 “저는 사실을 말했을 뿐입니다”라는 주장입니다.
하지만 사실을 말했더라도 명예훼손이 문제될 수 있습니다. 정보통신망법은 사실 적시 명예훼손과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을 모두 처벌 대상으로 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사실이라는 점은 방어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특히 그 내용이 진실이고, 글을 쓴 주된 목적이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었다면 비방할 목적이 부정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은 경우에는 공익성을 주장해 볼 여지가 있습니다.
병원·업체 이용 후기: 실제 경험에 근거했는지, 표현이 과도하지 않았는지
사기 피해 경고 글: 다른 피해 예방 목적이 있었는지
직장·단체 내부 문제 제기: 공적 관심 사안인지, 폭로 범위가 필요한 수준이었는지
소비자 피해 공유: 영수증, 문자, 계약서 등 객관자료가 있는지
반대로 사실관계의 일부가 맞더라도 욕설, 조롱, 신상 공개,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 섞이면 방어가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허위사실 사건에서는 ‘거짓임을 알았는지’도 중요합니다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정보통신망법 명예훼손은 처벌 수위가 더 높습니다. 그러나 어떤 내용이 결과적으로 사실과 다르다고 해서 곧바로 유죄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허위사실 명예훼손이 성립하려면 적시한 사실이 거짓이어야 할 뿐 아니라, 피고소인이 그 사실이 거짓임을 인식하고 있었는지도 문제됩니다. 대법원은 거짓 사실 적시 사건에서도 비방 목적은 허위 여부와 별개의 구성요건이고, 거짓이라는 사정만으로 비방 목적이 당연히 인정되는 것은 아니라고 보고 있습니다.
따라서 피고소인 입장에서는 다음 자료가 중요합니다.
당시 확인한 문자·이메일: 그렇게 믿을 만한 근거가 있었는지
계약서·입금내역·영수증: 글의 핵심 내용이 사실에 가까운지
제3자 진술·자료: 단순 소문이 아니라 확인 경위가 있었는지
게시 전후 정황: 악의적 폭로가 아니라 문제 제기였는지
결국 핵심은 “틀린 말이 있었는가”뿐 아니라, 그 당시 왜 그렇게 믿고 썼는지입니다.
단체 카카오톡방이나 1:1 대화도 명예훼손이 될 수 있나요?
될 수 있습니다. 다만 항상 그런 것은 아닙니다.
명예훼손에서 공연성은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공개 게시판이나 전체 공개 SNS 게시물은 공연성이 인정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문제는 단체 카카오톡방, 제한된 커뮤니티, 1:1 대화처럼 상대방이 제한된 경우입니다. 대법원은 특정 소수에게 말한 경우에도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전파될 개연성이 있으면 공연성이 인정될 수 있다고 봅니다. 다만 단순한 가능성만으로는 부족하고, 전파가능성에 대해서는 검사의 엄격한 증명이 필요하다고 판시했습니다.
따라서 단체방 사건에서는 다음 사정을 함께 봐야 합니다.
대화방 인원: 소수인지 다수인지
구성원 관계: 가족·친구·직장동료·불특정 모임인지
피해자와의 관계: 구성원들이 피해자를 알 수 있는지
발언 내용: 전파될 만한 자극적 내용인지
실제 전파 여부: 캡처·공유가 있었는지
발언자의 인식: 전파될 수 있음을 알고 있었는지
즉 “카톡방이니까 괜찮다”도 틀렸고, “누군가에게 말했으니 무조건 공연성이 있다”도 정확하지 않습니다.
모욕죄와 정보통신망법 명예훼손은 다릅니다
내가 쓴 글이 구체적인 사실을 담고 있지 않고 단순한 욕설, 비난, 감정 표현에 가깝다면 명예훼손이 아니라 모욕죄가 문제될 수 있습니다.
모욕죄는 사실을 적시하지 않고 사람의 외부적 명예를 침해할 만한 추상적 판단이나 경멸적 감정을 표현한 경우 문제됩니다. 다만 대법원은 단순히 무례하거나 기분 나쁜 표현이라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모욕에 해당한다고 보지는 않고, 표현 경위와 수준, 당사자 관계, 당시 상황 등을 객관적으로 살펴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이 구분해 볼 수 있습니다.
“저 사람은 돈을 빌리고 갚지 않았다” - 사실 적시 명예훼손 여부
“저 업체는 환불을 해주지 않고 잠적했다” - 사실 적시·공익성·허위성
“최악이다”, “인성이 별로다”- 의견표현 또는 모욕 여부
“사기꾼이다”- 문맥에 따라 사실 적시 또는 의견표현 모두 문제 가능
실무에서는 명예훼손인지 모욕인지가 사건의 방향을 크게 바꿀 수 있으므로, 문제된 표현을 문장 단위로 나누어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경찰 연락을 받은 뒤 바로 해야 할 일
정보통신망법 명예훼손으로 연락을 받았다면, 섣불리 진술하거나 상대방에게 연락하기보다 먼저 자료를 정리해야 합니다.
1. 문제된 글을 정확히 확인하기
어떤 게시글, 댓글, 대화 내용이 고소 대상인지 확인해야 합니다. 기억에 의존해 “아마 그 글일 것”이라고 추측하면 조사에서 불리한 진술을 할 수 있습니다.
2. 전체 맥락을 보존하기
문제된 문장만이 아니라 글 전체, 댓글 흐름, 대화 전후 맥락, 글을 쓰게 된 계기를 함께 확보해야 합니다.
3. 사실관계 자료를 모으기
계약서, 문자, 카카오톡, 입금내역, 영수증, 사진, 이메일 등 글의 근거가 되는 자료를 정리해야 합니다.
4. 감정적 연락을 피하기
억울하다고 고소인에게 직접 연락해 따지면 추가 분쟁이 생길 수 있습니다. 사과나 합의가 필요하더라도 방식과 문구를 신중히 정해야 합니다.
5. 조사 전 쟁점을 정리하기
조사에서는 단순히 “억울하다”고 말하는 것보다, 어떤 부분은 사실이고 어떤 부분은 의견이며, 왜 공익적 목적이 있었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합의가 필요한 사건도 있습니다
정보통신망법 명예훼손은 반의사불벌죄입니다.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명확히 밝히면 공소제기가 제한됩니다.
따라서 글의 표현 수위가 높거나, 허위 또는 과장된 내용이 포함되어 있거나, 피해자 특정성이 명확한 사건이라면 합의를 검토해야 할 수 있습니다.
다만 모든 사건에서 무조건 합의가 최선은 아닙니다. 공익적 문제 제기였고 객관자료가 충분한 경우라면 성립요건 자체를 다투는 것이 더 적절할 수 있습니다.
정보통신망법 명예훼손 사건의 핵심 정리
정보통신망법 명예훼손 사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사실을 말했는지” 하나만이 아닙니다.
다음 쟁점을 함께 봐야 합니다.
상대방이 특정되는가
구체적인 사실을 적시했는가
그 내용이 사회적 평가를 떨어뜨릴 만한가
허위사실이라면 거짓임을 알고 있었는가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전파될 개연성이 있었는가
비방 목적이 있었는가
공공의 이익을 위한 문제 제기였는가
표현 방식이 과도하지 않았는가
인터넷 명예훼손 사건은 같은 사실을 쓰더라도 표현 방식, 게시 장소, 전파 범위, 작성 목적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경찰 연락을 받았다면 문제된 글을 정확히 확인하고, 관련 자료를 보존하며, 조사 전에 법적 쟁점을 정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FAQ
Q1. 사실을 썼는데도 정보통신망법 명예훼손이 되나요?
네, 사실 적시도 명예훼손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진실한 사실이고 공공의 이익을 위한 글이었다면 비방 목적이 부정될 여지가 있습니다.
Q2. 이름을 쓰지 않았는데도 특정성이 인정될 수 있나요?
가능합니다. 이름을 쓰지 않아도 직장, 지역, 닉네임, 사진, 사건 경위 등을 통해 주변 사람들이 누구인지 알 수 있다면 특정성이 문제될 수 있습니다.
Q3. 단체 카카오톡방도 공연성이 인정되나요?
사안에 따라 다릅니다. 단체방 인원, 구성원 관계, 피해자를 알 수 있는지, 전파될 개연성이 있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합니다.
Q4. 허위사실이면 무조건 처벌되나요?
아닙니다. 허위사실 적시 사건에서는 그 내용이 거짓인지뿐 아니라, 피고소인이 거짓임을 알고 있었는지, 비방 목적이 있었는지도 함께 문제됩니다.
Q5. 합의하면 사건이 끝나나요?
정보통신망법 명예훼손은 반의사불벌죄이므로 피해자가 처벌불원 의사를 밝히면 공소제기가 제한됩니다. 다만 합의 문구와 시점은 신중하게 정리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