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신고, 억울하더라도 먼저 사실관계를 정리해야 합니다
전혀 성적인 의도가 없었다고 생각했는데 상대방이 성추행으로 신고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지하철이나 버스처럼 사람이 많은 장소에서 몸이 닿은 경우, 술자리나 회식 자리에서 장난 또는 친근감의 표현으로 오해받은 경우, 업무상 설명이나 도움을 주는 과정에서 의도치 않은 접촉이 발생한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먼저 알아야 할 점은 “나는 성적인 의도가 없었다”는 말만으로 사건이 정리되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강제추행죄는 성욕을 만족시키려는 목적이 있어야만 성립하는 범죄가 아니며, 문제 되는 행위가 객관적으로 추행에 해당하는지, 그리고 그에 대한 고의가 인정되는지가 핵심입니다. 대법원은 추행 해당성을 피해자와 행위자의 관계, 행위 경위, 구체적 행위 태양, 주변 상황 등을 종합해 판단해야 한다고 봅니다.
따라서 성추행 신고를 당했다면 감정적으로 억울함을 호소하기보다, 당시 접촉이 왜 형사상 추행으로 평가되기 어려운지, 또는 추행의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려운 객관적 사정이 무엇인지를 차분하게 정리해야 합니다.
1. 강제추행죄는 어떤 경우에 성립할까
형법 제298조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에 대하여 추행을 한 자”를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강제추행죄에서 핵심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 추행에 해당하는 행위가 있었는지입니다. 단순히 상대방이 불쾌감을 느꼈다는 사정만으로 모든 신체 접촉이 곧바로 강제추행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추행은 일반인을 기준으로 객관적으로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며,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행위인지에 따라 판단됩니다.
둘째, 폭행 또는 협박이 있었는지입니다. 다만 여기서 폭행 또는 협박은 반드시 상대방의 항거를 곤란하게 할 정도로 강력해야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강제추행죄의 폭행 또는 협박을 상대방의 신체에 대한 불법한 유형력 행사, 또는 일반적으로 공포심을 일으킬 수 있는 정도의 해악 고지로 보아야 한다고 정리했습니다. 또한 폭행·협박 해당성은 행위의 목적과 의도, 구체적 행위 태양, 행위 경위, 당시 정황, 당사자 관계, 상대방이 받은 고통의 정도 등을 종합해 판단해야 합니다.
셋째, 고의가 있었는지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고의는 단순히 “성욕을 만족시키려는 목적”과 같은 뜻이 아닙니다. 문제 되는 행위가 추행에 해당한다는 점을 인식하고도 그 행위를 했는지가 쟁점이 됩니다. 그러므로 “성적인 의도가 없었다”는 표현만 반복하기보다, 접촉 경위와 행위 태양에 비추어 추행의 고의가 인정되기 어렵다는 점을 객관자료로 설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2. “상대방이 불쾌했다”는 것만으로 바로 유죄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성추행 사건에서는 상대방이 불쾌감, 수치심, 공포심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진술과 감정은 수사와 재판에서 중요한 판단 요소가 될 수 있습니다.
다만 형사처벌은 피해 감정만으로 결정되지 않습니다. 추행 해당성은 피해자의 성별과 연령, 당사자 관계, 행위 경위, 구체적 행위 태양, 주변의 객관적 상황, 사회 일반의 성적 도덕관념 등을 종합해 신중히 판단해야 합니다.
따라서 대응 방향은 “상대방이 불쾌했다고 해서 죄가 되느냐”는 식의 감정적 반박이 아니라, 다음과 같은 사실관계를 구체적으로 정리하는 것이어야 합니다.
당시 장소가 어떤 구조였는지, 접촉이 어느 방향에서 어떻게 발생했는지, 접촉 시간이 얼마나 짧았는지, 접촉 직후 두 사람이 어떤 말을 했는지, 상대방이 즉시 항의했는지, 주변 사람이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 CCTV상 동작이 어떻게 보이는지를 시간순으로 정리해야 합니다.
3. 지하철·버스·공연장 사건은 공중밀집장소추행도 문제될 수 있습니다
사건이 지하철, 버스, 공연장, 집회 장소, 클럽, 축제 현장 등에서 발생했다면 형법상 강제추행죄
뿐 아니라 성폭력처벌법상 공중밀집장소추행이 문제될 수 있습니다.
성폭력처벌법 제11조는 대중교통수단, 공연·집회 장소, 그 밖에 공중이 밀집하는 장소에서 사람을 추행한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때 “혼잡했는지”는 중요하지만, 장소 요건 자체를 단순히 “사람이 빽빽하게 들어찬 상태”로만 이해해서는 안 됩니다. 대중교통수단이나 공연·집회 장소처럼 공중의 이용에 제공되는 장소라면, 실제 혼잡도와 별개로 공중밀집장소추행이 문제될 수 있습니다.
다만 혼잡도는 전혀 의미 없는 요소가 아닙니다. 현실적 혼잡도, 이동 동선, 신체의 위치, 접촉의 반복성, 피의자가 접촉을 피할 수 있었는지는 장소 요건보다는 추행 해당성 및 고의 판단 자료로 중요하게 작용합니다. 공중밀집장소추행에서도 추행의 고의를 부인하는 경우, 고의와 관련된 간접사실을 객관적 사정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법리가 확인되어 있습니다.
4. 사건 직후 가장 먼저 확보해야 할 증거
성추행 사건은 시간이 지나면 확보하기 어려운 자료가 많습니다. 특히 CCTV는 보관 기간이 짧은 경우가 많아 초기 대응이 중요합니다.
1) CCTV와 블랙박스
가장 중요한 자료는 현장 CCTV입니다. CCTV는 접촉이 있었는지뿐 아니라, 접촉의 방향, 거리, 시간, 주변 혼잡도, 사건 전후 두 사람의 태도를 확인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건물, 매장, 지하철역, 버스, 택시, 주차장 등에서 사건이 발생했다면 가능한 한 빨리 보존 요청을 해야 합니다. 개인이 직접 확보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수사기관을 통해 확보되도록 요청해야 합니다.
2) 메시지와 통화 내역
사건 전후 상대방과 나눈 카카오톡, 문자, SNS 메시지, 통화 내역도 중요합니다. 특히 사건 직후 상대방이 어떤 표현을 했는지, 피의자가 어떤 취지로 답변했는지, 사과나 해명이 어떤 맥락에서 이루어졌는지가 문제될 수 있습니다.
메시지는 일부 문장만 캡처하기보다 대화 흐름 전체를 보존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특정 문장만 잘라 제출하면 오히려 맥락을 숨기는 것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3) 목격자와 동석자
회식, 술자리, 모임, 업무 현장에서 발생한 사건이라면 동석자의 진술이 중요할 수 있습니다. 다만 목격자에게 “내 편으로 말해 달라”고 요구해서는 안 됩니다. 목격자에게는 당시 본 사실을 있는 그대로 정리해 달라고 해야 합니다.
4) 당시 일정과 동선
영수증, 카드 사용 내역, 택시 이용 내역, 출입기록, 통화기록, 위치기록 등은 사건 당시 시간대와 동선을 재구성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5. 경찰 조사에서 가장 조심해야 할 부분
성추행 사건에서 첫 경찰 조사는 매우 중요합니다. 첫 진술은 이후 검찰과 법원 단계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기억나는 부분과 기억나지 않는 부분을 구분해야 합니다
정말 기억나지 않는 부분은 모른다고 말해야 합니다. 그러나 기억나는 부분까지 불분명하게 말하면 진술 전체의 신빙성이 흔들릴 수 있습니다.
“기억은 정확하지 않지만 그랬을 수도 있다”는 식의 답변은 위험합니다. 본인이 인정하는 사실, 인정하지 않는 사실, 기억나지 않는 사실을 구분해야 합니다.
접촉 사실과 추행 해당성은 구별해야 합니다
CCTV나 목격자 진술상 신체 접촉 자체가 확인되는데도 “전혀 닿은 적 없다”고 부인하면 이후 방어가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접촉 자체가 있었는지와 그 접촉이 추행에 해당하는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사안에 따라서는 “혼잡한 상황에서 순간적인 접촉은 있었을 수 있으나, 특정 부위를 의도적으로 만진 것은 아니고 곧바로 떨어졌다”는 방식으로 사실관계를 정리해야 할 수 있습니다.
사과 표현은 신중해야 합니다
상황을 무마하려고 “미안하다”, “내가 잘못했다”고 말한 것이 나중에 범행 인정처럼 해석될 수 있습니다. 상대방이 불쾌감을 느낀 것에 대한 유감 표현과 범죄 사실을 인정하는 표현은 구분해야 합니다.
피해자 진술을 무조건 거짓이라고 몰아가면 안 됩니다
성범죄 사건에서는 피해자 진술이 중요한 증거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진술도 무조건 받아들여지는 것은 아니며, 주요 부분의 일관성, 구체성, 객관자료와의 부합 여부가 검토됩니다.
따라서 대응은 “상대방이 거짓말을 한다”는 감정적 공격이 아니라, 상대방 진술 중 CCTV, 메시지, 시간 순서, 현장 구조와 맞지 않는 부분을 차분히 지적하는 방식이어야 합니다.
6. “의도 없음”을 주장할 때 정리해야 할 핵심 포인트
의도 없는 신체 접촉이었다면 다음 사항을 중심으로 방어 논리를 구성해야 합니다.
첫째, 접촉이 발생한 이유입니다. 혼잡한 장소에서 밀려서 닿은 것인지, 균형을 잡는 과정이었는지, 업무상 설명이나 안내 과정에서 발생한 것인지, 상대방과의 기존 관계상 통상적인 접촉 범위였는지를 정리해야 합니다.
둘째, 접촉의 부위와 방식입니다. 어느 부위가 어떻게 닿았는지, 손으로 잡은 것인지 스친 것인지, 힘이 가해졌는지, 반복되었는지, 접촉 시간이 어느 정도였는지를 구체화해야 합니다.
셋째, 사건 전후의 태도입니다. 접촉 직후 바로 떨어졌는지, 상대방이 항의했을 때 어떤 반응을 했는지, 이후 대화가 자연스럽게 이어졌는지, 현장을 피하거나 증거를 없애려 한 정황이 있는지를 살펴야 합니다.
넷째, 객관자료와의 일치 여부입니다. CCTV, 메시지, 통화기록, 목격자 진술, 장소 구조, 이동 동선이 본인의 설명과 맞아야 합니다. 말로만 설명하는 것보다 객관자료와 맞물릴 때 설득력이 생깁니다.
7. 합의는 언제, 어떻게 검토해야 할까
성추행 신고를 당하면 “합의하면 사건이 끝나는지”를 묻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강제추행이나 공중밀집장소추행 사건에서 합의는 중요한 양형 요소가 될 수는 있어도, 항상 사건을 종결시키는 절대적인 수단은 아닙니다.
특히 억울함을 주장하는 사건에서 섣부른 합의 시도는 “범행을 인정했기 때문에 합의를 시도한 것 아니냐”는 오해를 낳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실제로 부적절한 접촉이 있었고 피해 회복이 필요한 사안이라면, 진정성 있는 사과와 피해 회복 노력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합의 여부는 사건의 방향, 증거 상태, 진술 내용, 혐의 인정 여부를 검토한 뒤 결정해야 합니다. 무조건 합의부터 시도하는 방식은 안전하지 않습니다.
8. 무고죄 대응은 신중해야 합니다
억울하게 성추행 신고를 당했다고 느끼면 곧바로 무고죄 고소를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성추행 사건에서 혐의없음 처분이나 무죄 판결을 받았다고 해서 상대방의 무고죄가 자동으로 성립하는 것은 아닙니다.
형법 제156조는 타인으로 하여금 형사처분 또는 징계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공무소 또는 공무원에게 허위 사실을 신고한 경우를 무고죄로 처벌합니다.
무고죄가 성립하려면 신고 내용이 객관적 진실에 반하는 허위사실이라는 점이 적극적으로 증명되어야 합니다. 대법원도 신고 사건이 증거불충분으로 불기소되거나 무죄가 선고되었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신고 내용이 객관적 사실에 반한다고 쉽게 단정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무고죄 대응은 본 사건이 어느 정도 정리된 뒤, 상대방 진술의 객관적 허위성, 허위 인식, 신고 경위, 객관자료와의 모순이 명확한지 검토한 후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9. 성추행 신고를 당했을 때 피해야 할 행동
성추행 신고 직후에는 다음 행동을 피해야 합니다.
상대방에게 직접 연락해 따지거나 압박하는 행동은 피해야 합니다. 이는 2차 가해나 회유 시도로 오해될 수 있습니다.
카카오톡이나 문자 내용을 삭제해서는 안 됩니다. 본인에게 불리해 보이는 내용이라도 전체 맥락에서는 방어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CCTV 확보를 미루면 안 됩니다. 시간이 지나면 영상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
경찰 조사에서 즉흥적으로 진술해서는 안 됩니다. 본인이 기억하는 사실, 모르는 사실, 부인하는 사실을 미리 구분해야 합니다.
주변 사람에게 허위 진술을 부탁해서는 안 됩니다. 이는 별도의 형사 문제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10. 결국 핵심은 “억울함”이 아니라 “입증 가능한 정황”입니다
성추행 신고를 당한 사람 입장에서는 억울함이 먼저 앞설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수사기관과 법원은 억울하다는 감정보다 객관적으로 확인되는 사실관계를 봅니다.
의도 없는 접촉이었다면, 그 접촉이 발생한 상황, 접촉의 시간과 방식, 당시의 혼잡도, 두 사람의 관계와 대화 내용, 사건 전후의 자연스러운 흐름, CCTV와 메시지 등 객관자료를 통해 설명해야 합니다.
반대로 실제로 부적절한 접촉이 있었던 사안이라면, 무리한 부인보다 사실관계를 정확히 인정하고 피해 회복과 재발 방지 방향으로 대응하는 것이 더 나은 결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성추행 사건은 초기 진술과 증거 확보가 사건의 방향을 크게 좌우합니다. 신고를 당했다면 혼자서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먼저 사실관계를 시간순으로 정리하고 객관자료를 확보한 뒤 경찰 조사에 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1. 성적인 의도가 전혀 없었는데도 강제추행이 될 수 있나요?
가능성은 있습니다. 강제추행은 성욕 만족 목적이 있어야만 성립하는 범죄가 아닙니다. 다만 모든 신체 접촉이 강제추행이 되는 것도 아니므로, 접촉 부위, 방식, 시간, 경위, 당시 상황을 종합해 추행 해당성과 고의가 판단됩니다.
Q2. 상대방이 불쾌했다고 하면 바로 처벌되나요?
아닙니다. 상대방의 진술과 감정은 중요한 판단 요소지만, 형사처벌은 객관적 행위 태양, 당시 정황, 증거, 고의 여부를 종합해 판단합니다.
Q3. 공중밀집장소추행은 사람이 아주 붐벼야만 성립하나요?
반드시 그렇지는 않습니다. 대중교통수단, 공연·집회 장소 등 공중 이용에 제공되는 장소라면 문제될 수 있습니다. 다만 실제 혼잡도는 접촉 경위, 회피 가능성, 고의 여부를 판단하는 자료가 될 수 있습니다.
Q4. CCTV는 어떻게 확보하나요?
현장 관리자에게 보존 요청을 하고, 수사기관을 통해 제출되도록 요청하는 방식이 일반적입니다. CCTV는 보관 기간이 짧을 수 있으므로 사건 직후 빠르게 조치해야 합니다.
Q5. 무혐의가 나오면 상대방을 바로 무고죄로 고소할 수 있나요?
무혐의나 무죄가 곧바로 무고를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무고죄는 상대방 신고 내용이 객관적 진실에 반하는 허위사실이라는 점이 적극적으로 증명되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