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계약이 끝났는데도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면 누구나 먼저 “이게 전세사기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다만 법적으로는 보증금 미반환 자체와 형사상 사기죄를 구분해서 봐야 합니다. 돈을 못 돌려받았다는 결과만으로 바로 사기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고, 계약을 맺을 당시부터 임대인이 임차인을 속였는지, 기망행위가 있었는지 및 그에 따른 처분행위·편취의 범의가 인정되는지가 핵심이 됩니다.
1. 전세보증금을 못 받았다고 모두 전세사기는 아닙니다
형법상 사기는 사람을 기망해 재물이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는 경우를 말합니다. 전세 사건에 대입하면, 임대인이 계약 당시 중요한 사실을 속이거나 숨겨 임차인으로부터 보증금을 받았는지가 먼저 문제됩니다.
특히 법원은 주택 임대차에서 임대인이 자신의 일반적인 재산상태를 말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사기죄의 기망이 된다고 보지는 않았습니다. 반대로, 임차인이 그 사실을 알았다면 계약하지 않았을 정도의 중대한 권리관계나 위험 요소를 적극적으로 속이거나 고지하지 않은 경우에는 사기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고 봤습니다.
또 판례는 임대차보증금을 반환할 의사나 능력 관련 사정이 편취의 범의(고의) 판단에 중요한 정황이 될 수 있음을 전제로, 기망행위·처분행위 등을 종합해 사기죄 성립을 판단합니다. 다만, 기망으로 인해 임대차보증금이 교부되었다면 사기죄 성립에서 “반환 의사·능력”이나 사후 반환 여부는 사기죄 성부에 영향이 없다고 본 판시도 있습니다.
결국 전세사기 고소의 핵심은 “지금 못 돌려준다”가 아니라, “처음부터 (중요 사실에 관해) 속였는가, 그로 인해 보증금 교부 등 처분행위가 있었는가”에 가깝습니다.
2. 형사 고소가 검토되는 전형적인 전세사기 유형
실무상 전세사기 고소가 문제되는 장면은 대체로 비슷합니다. 예를 들어, 선순위 근저당이나 신탁관계, 이미 과도하게 쌓인 선순위 임차보증금, 보증금 반환을 사실상 어렵게 만드는 권리관계를 숨기고 계약한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이런 정보는 임차인이 계약 여부를 결정하는 데 매우 중요하므로, 단순한 분쟁이 아니라 기망행위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또 하나는 무리한 다주택 취득·임대 구조입니다. 다수 주택을 보유·임대하면서 자기자본 없이 “돌려막기” 구조로 보증금 반환이 곤란해질 위험이 현저한 사안에서는, 임대인의 설명·고지 내용과 자금흐름 등 객관적 정황을 바탕으로 기망 및 편취의 범의가 다투어질 수 있습니다.
정리하면, 전세사기 고소에서 중요한 질문은 이것입니다. “집주인이 보증금을 못 돌려준 것인가, 아니면 애초에 속이고 받은 것인가?”
3. 전세사기 상담·고소 전, 어떤 자료를 준비해야 할까?
고소는 서면 또는 구두로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에게 할 수 있고, 구술 고소를 받은 경우에는 조서가 작성됩니다.
그래서 상담이나 고소 전에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사건을 시간순으로 입증자료와 함께 정리하는 것입니다. 실무적으로는 다음 자료가 핵심입니다.
계약 체결 자료 전세계약서, 특약사항, 중개대상물 확인·설명서, 계약 당시 광고 화면이나 매물 소개 자료가 있으면 좋습니다. 어떤 조건으로 계약했는지, 누가 어떤 설명을 했는지를 보여주는 출발점이 됩니다.
보증금 지급 자료 계약금·중도금·잔금 이체내역, 영수증, 계좌거래내역은 필수에 가깝습니다. 결국 사기 사건에서도 “얼마를 어떤 경위로 지급했는지”가 명확해야 합니다.
기망 정황 자료 문자, 카카오톡, 이메일, 통화녹음, 집주인이나 중개사의 설명 메모가 중요합니다. 특히 “안전하다”, “선순위 문제없다”, “곧 보증금 반환된다”, “대출이나 세금 문제없다” 같은 표현은 나중에 기망 여부를 따질 때 핵심 단서가 될 수 있습니다.
위험이 현실화된 자료 현재 등기부등본, 경매개시결정문, 압류·가압류 관련 서류, 신탁 통지, 다른 임차인 피해 사실, 반환 요청에 대한 거부 또는 무응답 자료가 있으면 좋습니다. 이는 단순 연체가 아니라 구조적 반환불능 또는 애초의 사기적 의도를 추정하는 정황 자료로 쓰일 수 있습니다.
4. 형사 고소와 함께 봐야 하는 절차: 임차권등기명령
전세사기 상담을 받는 분들 중에는 “형사 고소만 하면 보증금을 바로 받을 수 있나요?”라고 묻는 경우가 많습니다. 현실적으로는 형사절차와 별개로 민사 회수 절차를 같이 봐야 합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은 임대차가 끝났는데 보증금이 반환되지 않은 경우, 임차인이 관할 법원에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또 임차권등기를 마치면(등기 완료), 대항력·우선변제권을 취득하거나(또는 이미 취득한 경우) 유지되고, 임차권등기 이후에는 대항요건을 상실하더라도 이미 취득한 대항력·우선변제권을 상실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사를 앞두고 있다면 “결정”만이 아니라 ‘등기부에 임차권등기가 기재된 것(등기 완료)’을 확인한 뒤 진행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5. 특별법상 피해자 지원도 함께 검토해야 합니다
형사 고소와 별도로, 전세사기 관련 특별 지원제도는 일정 요건을 갖춘 임차인에게 법률지원·경공매 지원 등 각종 지원을 연계하는 체계를 두고 운영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다만 지원제도는 적용요건·기간·대상 계약일 등이 법령(부칙 포함) 및 공고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실제 신청 전에는 최신 법령/공식 안내(공공기관 공지)를 기준으로 확인하는 문구를 두는 편이 안전합니다.
6. 결국 전세사기 상담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
전세사기 사건은 단순히 “보증금을 못 받았다”는 한 문장으로 정리되지 않습니다. 실제로는 아래 세 가지를 차례대로 따져야 합니다.
첫째, 계약 당시 임대인이나 중개사가 무엇을 말했는가. 둘째, 그 말이 허위였거나 중요한 사실을 숨긴 것인가(고지했으면 계약하지 않았을 사정인지). 셋째, 그 사실을 입증할 자료가 충분한가.
이 세 가지가 정리되면, 비로소 형사 고소가 맞는 사건인지, 아니면 보증금반환청구·임차권등기명령·가압류 같은 민사 대응이 중심이 되어야 하는지가 분명해집니다.
마무리 문단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했다고 해서 모든 사건이 곧바로 전세사기로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계약 당시부터 중요한 권리관계를 숨기거나, 중요한 사실에 관한 허위 설명·묵비로 임차인을 착오에 빠뜨려 보증금 교부라는 처분행위를 유발한 정황이 있다면 형사 고소를 검토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감정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계약 체결 과정의 기망행위와 이를 뒷받침할 자료를 차분하게 정리하는 것입니다. 그 위에서 형사 고소, 임차권등기명령, (해당되는 경우) 지원제도 활용을 함께 설계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응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