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상담을 하다 보면
“제소명령이 뭔가요?”
“제소명령신청은 또 무엇인가요?”
하고 물어보시는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처음 들으면 단어 자체가 어렵고 딱딱해서, 무언가 아주 복잡한 절차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런데 뜻을 하나씩 풀어보면 의외로 구조는 단순합니다.
쉽게 말하면, 제소명령은 법원이 채권자에게 ‘가압류나 가처분만 해 두지 말고, 정말 다툴 생각이 있으면 본안소송을 제기하라’고 요구하는 절차이고, 제소명령신청은 채무자가 그 명령을 내려 달라고 법원에 요청하는 절차입니다. 민사집행법 제287조는 가압류법원이 채무자의 신청에 따라 채권자에게 본안의 소 제기 또는 소송계속사실 증명서류 제출을 명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고, 가처분절차에는 가압류절차에 관한 규정이 준용됩니다.
왜 이런 제도가 필요할까요?
가압류나 가처분은 본안소송의 확정판결이 나오기 전에, 일단 재산 처분이나 권리 변동을 막아 두는 임시적·보전적 조치입니다. 그래서 원칙적으로는, 보전처분 뒤에 본안소송이 이어지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문제는 상대방이 가압류나 가처분만 해 두고, 정작 본안소송은 제기하지 않은 채 장기간 그대로 두는 경우입니다. 채무자 입장에서는 통장, 부동산, 거래 관계에 계속 제약이 생길 수 있으니 답답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럴 때 채무자는 법원에 “상대방이 정말 소송을 할 생각이 있다면 정식으로 소송을 하도록 해 달라”는 취지로 제소명령신청을 할 수 있습니다.
제소명령과 제소명령신청, 어떻게 다른가요?
이 둘은 이름이 비슷해서 자주 헷갈립니다.
제소명령은 법원이 내리는 명령입니다. 즉, 채권자에게 “정해진 기간 안에 본안소송을 제기하고 그 증명서류를 내시오. 이미 소송을 제기했다면 소송이 계속 중이라는 점을 증명하시오”라고 명하는 것입니다. 민사집행법 제287조 제1항은 이를 법원의 재량사항처럼 두지 않고, 요건이 갖추어지면 명하여야 한다고 규정합니다.
반면 제소명령신청은 채무자가 하는 신청입니다. 즉, 채무자가 법원에 “상대방에게 본안소송을 하라고 명령해 주세요”라고 요청하는 절차입니다. 찾기쉬운 생활법령정보도 같은 취지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절차는 어떻게 진행될까요?
흐름은 생각보다 단순합니다. 먼저 채무자가 제소명령신청서를 법원에 제출합니다.
그러면 법원은 변론 없이 채권자에게 일정 기간 안에
본안의 소를 제기하고 그 증명서류를 제출하거나,
이미 소를 제기했다면 소송계속사실을 증명하는 서류를 제출하도록 명하여야 합니다. 이 기간은 법에 따라 2주 이상이어야 합니다.
그 다음 채권자가 기간 안에 필요한 서류를 제출하지 않으면, 그때 채무자는 다시 가압류 취소신청을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민사집행법 제287조 제3항은 이 경우 법원이 채무자의 신청에 따라 결정으로 가압류를 취소하여야 한다고 규정합니다. 즉, 제소명령신청만 했다고 바로 가압류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고, 제소명령 → 기간 도과 → 취소신청의 순서로 진행되는 구조입니다.
또 채권자가 일단 서류를 냈더라도, 나중에 본안소송이 취하되거나 각하되면 법은 이를 서류를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본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가처분에도 같은 제도가 적용될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가처분에서도 같은 취지로 운용됩니다.
다만 표현은 조금 정확하게 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민사집행법 제301조는 가처분절차에는 가압류절차에 관한 규정을 준용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제287조의 본안 제소명령 제도 역시 가처분절차에 준용되는 구조입니다. 대법원도 민사집행법 제301조에 따라 가처분절차에 제287조가 준용된다는 점을 전제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실무적으로는, 가압류뿐 아니라 가처분에서도 제소명령·제소명령신청이 문제될 수 있다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채무자가 무엇까지 입증해야 할까요?
이 부분도 많이 오해하시는 지점입니다.
채무자는 가압류가 발령되어 현재 유효하게 존속하고 있다는 점은 소명해야 합니다. 다만, 상대방이 아직 본안소송을 제기하지 않았다는 점까지 채무자가 일일이 입증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찾기쉬운 생활법령정보도 가압류가 발령된 사실은 소명해야 하지만, 본안이 제소되지 않았음을 입증할 필요는 없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실무 감각으로 풀어 말하면, 채무자는 보전명령이 존재하고 아직 살아 있다는 점을 보여주면 되고, 본안 미제기 여부는 통상 그 취지를 주장하면 되는 구조에 가깝다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자주 하는 오해도 있습니다. 가장 흔한 오해는, 제소명령신청을 하면 바로 가압류나 가처분이 풀린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렇지는 않습니다. 제소명령신청은 어디까지나 상대방에게 본안소송을 제기하라고 요구하는 절차입니다. 상대방이 정해진 기간 내에 서류를 제출하지 않았을 때, 그 다음 단계로 취소신청을 해야 실제 보전처분 취소가 문제됩니다.
또 하나 알아둘 점은, 제287조 제3항에 따른 취소결정에 대해서는 즉시항고가 가능합니다.
결국 제소명령 제도는, 보전처분이 단지 압박수단으로만 남지 않도록 하고 실제로 본안 분쟁으로 이어지게 만드는 장치라고 볼 수 있습니다.